posted by nameless7777 2016. 7. 6. 15:18
차라리 그 사건의 원흉이 제노바의 심장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실은 그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제노바의 세포와는 몇 번이고 겨뤘고, 이제와서 질 만한 요소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클라우드의 본능은 그것이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준비해야 한다.

더 강해져야 한다

티파와- 계속 함께 하기 위해서.

여행에서 돌아온 클라우드는 바로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문제에 봉착했다. 클라우드는 연습을 해본 일이 없었다. 검을 휘두르는 법은 전부 아류. 클라우드의 검은 전부 실전에서만 습득한 것이다. 무예로써의 검은 배워본 일도, 닦아본 경험도 없다.

클라우드는 자신이 실은 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하지만 멈춰있을 수는 없었다.

처음 일주일은 무작정 검을 휘둘렀다. 먹지도 쉬지도 않고 수십 시간을 연습에 몰두한 날도 있었다. 그리고 클라우드는 몸을 혹사시키는 방식이 자신에게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체내에서 생성되는 마황이 끊임없이 체력을 활성화시키고 있었다. 처음으로 클라우드는 마황이 수련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대로 강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 완전히 시간 낭비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한 클라우드는 수단을 가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클라우드는 마황로의 원리를 응용해서 한계까지 자신의 마황을 적출하고, 탈진 직전까지 수련에 매진했다. 적출한 마황은 신경독 치유를 위한 촉진제로써 바렛트에게 전달했다. 마침 공장 시운전 시기였다. 중독자가 다발할 시점이기에 클라우드의 마황은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바렛트도 괜한 걱정하게 만들었지만, 거기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클라우드도 필사적이었다.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였다.

하지만 티파는 단 한 번의 대련으로 클라우드의 방식이 잘 못 되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였지만 티파는 강했다. 창촐간에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역시 들켰다. 티파는 전부 알고 있었구나. 한심하다. 또 틀렸다. 난 더 이상 강해질 수 없는 건가. 어리석었다. 이렇게 약해진 상태에서 적이 습격하면 어떻게 할 셈이었나. 클라우드는 길을 잃었다. 혼란스러웠다.

티파는 그런 클라우드의 고뇌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클라우드는 생각이 너무 많아.

내 허가가 있을 때까지 검은 잡지 마.

그 이후로는 검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한달이 흘렀다. 티파의 의도대로 그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지냈던 것이다. 곧 마황도 전부 회복했다.

그러나 신기한 일이었다. 언제부턴가 클라우드는 전혀 불안함을 느낄 수 없었다. 루퍼스의 의뢰를 받을 때에도 전혀 초조하지 않았다. 티파의 말처럼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일까. 클라우드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흔들리지 않는 사실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티파의 덕택이다.

티파의 말대로 하면, 문제없다.

나는 이 얼마나 행운아인가.

지금은 그저 등 뒤로 느껴지는 티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했다.

아니, 아니다.

클라우드가 돌연 펜닐을 멈추었다.

클라우드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티파가 고개를 내밀었다.

"클라우드.. 무슨 일 있어?"

"3분."

"응?"

"3분 정도.. 늦어도 큰 문제는 없지 싶어서."

"응?"

티파는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곧 알 수 있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그들은 말보다 행동을 보이는데 더 익숙해졌다.

그러나 클라우드가 키스를 마칠 때 까지는 예상보다 7분이나 더 걸렸다.

.

목적지에 도착했다.

때를 같이 해서 마황의 흔들림을 감지. 곧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감지되는 인원은 두 명.

상대는 고위험군 몬스터. 다수.

클라우드가 펜닐의 속력을 올렸다. 티파가 가볍게 투덜거렸다.

"정말. 그러게 3분만 했으면 괜찮았잖아."

"할 말이 없군. ..유피에게는 비밀이다."

"당연하지. ..아앗! 맞아! 유피!"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냐. 유피를 반드시 안전하게 확보하는 거야."

"?"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는 거야? 하지만 이를 되물을 시간은 없었다. 육안으로 유피와 조사단으로 추정되는 무리를 확인한 것이다.

유피는 건재.

그녀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느긋한 움직임으로 적의 급소를 차례로 공격하고 있었다. 적의 시야와 사각을 계산해서 전장 한 복판에서 모습을 숨긴다. 그야말로 닌자 마스터의 기술. 베히모스조차 부지불식간에 유피에게 경동맥을 따이고 일격에 격침당했다. 그러므로 난전 속에서 유피의 안전을 우려하는 것은 불가능. 아군의 위험이 그녀의 위험일 뿐이다. 그녀가 무리하기 시작할 테니까.

그러므로 문제는 조사단 쪽이다.

총 3인. 아니, 그 중 둘은 인간이 아니었다. 아마도 루퍼스 컴퍼니의 자동 인형 병기. 크기는 약 3 미터. 두터운 장갑판으로 둘러 쌓여 있는 백병전 지원기로 보였다. 거대한 배틀 액스를 내려치는 힘은 6개월전에 티파와 함께 쓰러뜨린 철거인에 필적. 공간을 선점하는 기민함이나 레드 드래곤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받아내는 장갑판은 그 이상. 그런 괴물이 2기.

이를 지휘하는 것은 경검사. 체형을 보건데 여성. 이렇다할 방어구 하나 없는 가벼운 복장에서 몸놀림에 대한 자신감이 읽혔다. 과연 움직임이 빠르고 부족함이 없어 움직임이 재빠른 몬스터의 공격도 그녀는 무리 없이 회피해냈다. 무기는 특징이 없는 롱소드였지만 공격력에도 불안함은 없었다. 주로 인형 병기의 공격으로 자세가 흐트러진 몬스터의 급소를 날카로운 검기로 일격에 꿰뚫는 연계를 통해 적의 숫자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매끄러운 연계를 고려할 때, 인형 병기는 경검사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정보 전달 매체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바이저일까.

두 사람은 더 할 나위 없이 매끄럽게 전투를 수행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난입은 오히려 밸런스를 무너뜨릴지도 모른다. 클라우드는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에 펜닐을 정차시켰다. 수신호로 티파와 의견을 교환. 자세를 낮추고 신속하게 전장으로 이동한다.

목표는 전방의 드래곤의 머리. 티파가 소리 없이 클라우드의 넒은 검면을 딛고 날아올랐다. 드래곤의 머리를 발 뒷꿈치로 강타. 1톤은 족히 넘을 것 같은 드래곤의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용에게 다가간 클라우드가 목에 일섬. 한순간에 머리를 잃어버린 드래곤은 그대로 절명. 아군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기습에 몬스터들은 대혼란. 그리고 유피가 반가운 목소리를 냈다.

"티파! 어서와!"

"유피! 얼른 정리하자!"

난 보이지도 않는 거냐. 클라우드는 쓴 웃음을 짓고 언제나처럼 합체검에서 2번 검 오거닉스를 분리. 방어력이 높아 보이는 적을 위주로 섬멸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멤버가 모였다. 고 위험군 몬스터 집단이라 해서 두려워할 요소가 없었다.

전투는 곧 끝났다.

피해는 없었다.

.

"유피! 동료의 사생활을 팔다니!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으읏! 벌써 들켰나! 루퍼스 입 가벼워!"

"유피이이이이이이!"

"으앗! 오지마!"

"일단 한 대 맞자!"

"말도 안돼! 세상에서 삭제된다고!"

그렇군. 범인은 유피였나. 티파가 한 발 먼저 떠올린 것이겠지. 아무래도 유피는 피로연 때 구석에 티파를 끌고 가서 이것 저것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았다. 술에 취한 티파가 전부 불어버렸겠지. 적은 항상 내부와 알콜에 있는 법이다.

결국 티파에게 붙잡힌 유피가 필사적으로 죄를 뉘우치고 있었다. 저건 뿌리치지 못하지. 클라우드는 유피의 무사함을 빌며 경검사- 루퍼스의 에이젼트에게 다가갔다.

"조사단의 리더, 인가."

그녀가 짧게 대답했다.

"그래."

"무사해서 다행이다. 나는."

"클라우드 스트라이프. 이제 됐지? 그만 임무로 돌아가게 해줘."

노골적인 적의. 루퍼스가 말했던 것이 이것인가. 클라우드는 모르는 척 확인 작업을 시작했다.

"클라우드 L. 스트라이프다. 의뢰주의 이름 정도는 똑바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군. 당신은."

그녀가 내뱉듯이 답했다.

"칸셀."

"칸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우리 혹시 구면이던가?"

"핫. 반편이 주제에 나한테 작업거는거야?"

"거기까지만 하지. 티파에 대해서도 알고 있겠지? 말해두는데 아내가 들으면 당신 죽어."

그리고 나도 죽는다. 이건 위협이 아니다.

"흥."

마침 티파가 유피와 딱 달라붙어 팔짱을 낀 채 돌아왔다. 언제 화해한 거지? 분위기를 봐서는 방금 칸셀의 비아냥은 못 들은 것 같다. 못 들었기를 바란다. 칸셀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조금 위험한데. 지금 같은 발언이 또 나온다면 끝장이다.

클라우드는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은 상태로 화제를 전환시켰다. 초인적인 포커 페이스였다. 이 어빌리티로 클라우드는 몇 번이나 사선을 넘었다.

"이야기를 되돌리지. 의뢰는 이상 상태가 일어난 장소를 특정짓는 것 뿐이다. 어째서 귀환하지 않았지?"

"어째서 당신에게 그런 걸 설명해야 하지?"

"루퍼스 신라가 이틀 전에 헬퍼들을 보냈을 텐데. 우린 그 두 번째다. 협조를 부탁하지."

"그 냉혈 도련님이 그렇게 까지 심장이 약할 줄은 몰랐군."

동감이다. 클라우드가 어깨를 으쓱였다. 칸셀이 해명을 시작했다.

"통신이 끊길 정도로 강력한 마황을 관측했다. 명백한 비상 사태였지. 원인도 규명하지 못한 채 귀환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납득하지 못했다.

"72시간 동안이나 연락을 두절시키고 말인가?"

클라우드가 상황을 정리했다.

"당신, 솔져지? 그 실력, 클래스 퍼스트라고 봤다."

칸셀이 약간 놀랐지만 이내 비아냥 거렸다.

"흥. 눈이 단추 구멍은 아니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72시간의 공백은 분명 탈주에 해당한다. 탈주는 퍼스트 클래스에 있어서 중죄 중의 중죄. 취급하는 정보의 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안에 따라서 처분 명령조차 하달될 수 있어. 어째서 그런 위험을 감수한 거지?"

칸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핫! 정말이지 반편이 주제에 말 한 번 잘하네. 누가 들으면 진짜 솔져 인 줄 알겠어."

그 말에 티파가 발끈했다.

"뭐야? 당신, 도와주러 온 사람한테-"

"웃기지 마. 난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무사한 것은 확인했지? 미션 컴플리트야. 돌아가."

유피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칸셀! 당신 왜 그래? 그런 거 당신 답지 않아! 지금 이 둘이 필요하다는 거 누구보다도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

칸셀이 코웃음쳤다.

"흥. 틀렸어. 이 녀석 도움 만큼은 필요없어."

그녀가 검을 들어 클라우드의 미간을 겨냥했다. 남은 거리는 10 센티미터 남짓. 그러나 클라우드는 평온했다. 그녀의 검은 이미 봤다. 물론 초일류지만, 그녀에게는 단 한 줄의 찰과상도 허용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사람이,

한 명.

그 사람이 칸셀의 검을 손가락으로 잡았다.

"이 이상은 못 참아."

티파가 웃었다. 하지만 눈이 웃고 있지 않았다. 칸셀이 약간 움찔했지만 곧 태세를 정비했다. 그리고 힘껏 지뢰를 밟았다.

"제 3자는 빠져. 이건 나와 클라우드가 풀 문제야."

티파의 고운 눈썹이 약간 흔들렸다. 클라우드는 새파랗게 질렸다.

"당신과, 클라우드?"

얼음장같은 날카로운 투기.

"제 3자?"

공기에 찔려 죽을 것 같은 살기.

칸셀의 뇌가, 심장이, 온 몸의 세포가 위험을 경고했다.

"당신, 죽을래? 어디서 수작질이야?"

티파가 손가락에 힘을 준다.

꾸드드드드드득.

티파의 가죽 장갑이 마찰음을 내기 시작했다. 뭐야? 설마 이 여자, 솔져용으로 제련된 검을? 손가락으로? 농담이지? 그 상상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낭패를 느낀 칸셀이 검을 회수하려 했다. 그러나 검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도.

티파가 힐끔 검을 보고 다시 칸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위대하신, 솔져 클래스 퍼스트?"

칸셀은 이미 완전히 압도되었다.

"내가 언젠가 신라 빌딩에서 어떤 빌어먹을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관을 짰던 적이 있었거든. 그 때 당신같은 걸 몇 명 박살냈을 것 같아?"

클라우드는 전혀 끼어들지 않았다. 아니, 끼어들 수 없었다. 도발은 네가 했으니, 수습도 네가 해라, 칸셀.

"클라우드. 저 여자랑 눈 빛 교환하면 혼날 줄 알아."

클라우드는 지체하지 않고 몸을 아예 뒤로 돌려버렸다. 이제 칸셀의 검끝은 클라우드의 뒤통수를 향하게 되었다. 물론 위험은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답."

"아, 응. 나 뒤로 돌았다고."

"좋아."

티파가 다시 시선을 되돌렸다.

"칸셀? 저 인형 병기라도 움직여 보지? 뭐, 회사 기물 파손 시말서 같은 게 있다면 내가 써줄게. 어짜피 당신은 앞으로 식사를 옆구리로 하게 될테니까."

티파가 손에 더욱 힘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감히, 누구에게 칼을 겨누는 거야?"

검이 깨진다. 이제 정말로 깨진다.

그것 만큼은 절대로 막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까지다.

"미안. 무례를 사죄하겠어."

칸셀이 검을 놓고 물러나 무릎을 꿇었다.

"그 검은 굉장히 소중한 거야. 전부 설명해줄게. 따로 궁금한 것까지 전부. 그러니까 제발."

검을 부수지 말아줘.

칸셀이 머리를 깊이 숙였다. 그러나 티파는 투기를 풀지 않았다. 싸늘한 눈이 투항한 병사를 내려다 본다. 냉정하게 식은 머리가, 방금 것이 클라우드를 향한 단순 무력 도발이었다는 것을 간파해 냈다. 대충 등을 맡길 상대의 실력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겠지. 그녀의 모든 언동이 진심이었던 것은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심장이 칸셀을 용서하는 것을 방해했다.

그런 티파를, 클라우드가 조심스럽게 제지했다.

"티파. 그 검을 돌려줘. 그건."

그는 소중한 것을 바라보는 눈을 하고 있었다.

"친구의- 잭스의 유품이야."

잭스.

잭스 페어.

그 이름이 가진 무거움에, 드디어 티파가 검을 쥔 손가락에 힘을 풀었다.

살았다.

잭스의 유품이 안전하게 지켜졌다

그러나 평화는 곧 깨졌다. 우연히도 클라우드와 칸셀이 동시에 한숨을 내쉼으로써 티파가 발을 굴러 국소 지진을 초래하게 만든 것이다. "아, 그래, 환상의 팀웍 나셨어, 그치?" 그 파급력은 마치 자연재해. 그야말로 타이탄의 분노.

공포에 질린 칸셀이 머리를 다시 조아린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

일행은 함께 클라우드의 마황 감지 능력을 나침반 삼아 마황의 핵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안정을 되찾은 클라우드는 유피에게 빈센트의 행방을 물었다. 그가 말한 '혼돈'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빈센트는 그렇게 일방향 통신을 보내고 나서 그대로 사라졌어. 그 혼돈인가 뭔가를 감지한 게 아닐까? 나도 몰라."

유피는 약간 토라진 것 같았다. 클라우드의 민감한 청각은 유피의 중얼거림도 포착했다. '이렇게 귀여운 일행을 내버려 두는 게 말이 돼?' 그리고 티파에게는 유피를 이해하는 것에 그런 청각은 필요없었다. 그녀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유피의 등을 토닥였다. 유피는 앙탈을 부리면서도 "아 진짜 나 이제 애기 아니거든? 스무살 됐거든?" 티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언제나의 티파로 돌아왔다. 정말 다행이다. 클라우드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클라우드가 칸셀- 잭스와 수차례 임무를 수행하곤 했던 솔져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잭스의 두 번째 검은 손잡이만 남게 되었으리라. 그랬다면 분위기는 결코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

그 칸셀은 클라우드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서 걷고 있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사회성이 그렇게 유도했다고 해야 할까. 그녀는 이 기묘한 일행의 지배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는 거대했다. 그녀는 심문 과정에서 클라우드에게 관심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까지 모조리 토해내야 했다. 그래서 '키는 6피트 이상, 근육질 몸매에 흑발인 남성'이 취향인 칸셀은, 그 진정성있는 고백을 통해 일행에 합류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티파는 칸셀이 잭스를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말았다. 실은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이상했다. 심지어 그녀는 잭스가 남긴 검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존심까지 내던졌으니까.

칸셀이 연모하던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고 죽었다. 그런데도 자신은 사소한 질투심을 견디지 못하고 칸셀에게 과도한 폭언을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티파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칸셀은 그런 그녀의 침울한 표정을 보면서 티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완전히 걷어냈다. 칸셀은 모든 것을 알아채고도 섯불리 자신의 과거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티파가 고마웠다.

실은 방금의 상황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난 것은 온전히 티파의 공이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녀가 칸셀을 지켜낸 것과 마찬가지다. 그대로 클라우드와 일전을 벌였다면 그냥 끝나지는 않았을 테니까. 실제로 그녀가 한 일은 칸셀의 검을 잡고 놓아주지 않은 것이 전부였다. 티파는 분노를 눌러 삼키며 끝내 칸셀에게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선한 사람에게, 오히려 내가 개인적인 욕심- 잭스가 살아있었다는 증거를 시험하고 싶다는 명목으로 너무 심한 짓을 해버린 것이 아닐까.

칸셀은 티파의 기분을 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옛날 이야기야. 미즈 록하트. 난 다 잊었어. 게다가 이렇다할 일도 없었으니까."

칸셀이 웃으며 티파를 다독였다.

"그 자식, 내가 몰래 휴가까지 맞춰서 해변에 찾아갔는데 그냥 스쿼트만 하더란 말이지. 진짜, 제 정신이야? 난 수영복까지 챙겨 입었는데."

티파는 날카롭게 고개를 돌려 클라우드의 신발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가 웃음을 참고 있다는 걸 숨길 수는 없었다. 칸셀은 승기를 잡았다. 거의 다 됐다.

"게다가 임무 핑계를 대고 그 자식 부모님을 찾아가서 점수도 땄는데 말야. 결국 아들의 신부가 되어 달라는 이야기까지 들어버렸는데 말야! 좀 머리가 모자라지만 본성은 선하다면서. 그런데도 그 자식은 부모님 말상대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나 하고 앉았고. 바보 아냐?"

"쿽"

티파가 매우 괴상한 소리를 냈다. 성공했다. 이런 과거 이야기가 이제와서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그래. 괴로운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괜찮다.

"흠?"

하지만 칸셀은 곧 일행이 모두 멈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클라우드와 유피는 몇 걸음 앞선 곳에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점검하고 있는 것일까? 곧이어 칸셀은 티파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기대와는 달리 그녀의 기분은 전혀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고운 아미를 잔뜩 찌뿌리고,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칸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미즈 록하트?"

주제넘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티파는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칸셀."

"응?"

"이리와 칸셀."

티파가 손을 뻗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칸셀은 티파의 목소리가 너무 감미로워서, 티파의 손를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칸셀은 순순히 그녀의 품에 안겼다.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칸셀은 티파의 포근함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칸셀은 갑자기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난 지금 울고 있구나.

"미즈... 난..."

"쉬이이. 티파면 돼."

"티파... 나... 그 자식이... 보고 싶어..."

"응."

"잭... 왜 죽었어... 내가... 얼마나...!"

그 동안 그에 대한 감정은 다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만이었을 뿐이었다. 칸셀은 그렇게 한참 동안 티파의 품안에서 오열했다.

티파는 그런 그녀를 아무 말 없이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