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nameless7777 2016. 6. 29. 17:03
클라우드는 언제나처럼 후줄근한 차림으로 소파의 거의 모든 공간을 차지하며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바렛트가 입던 커다란 스포츠웨어를 대충 접고 줄여 입었기 때문에 옷 맵시는 완전히 파멸적인 상태였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이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처럼 행동했다. 어쨌든 이것은 가족들에게 지탄 받은 속옷 차림을 더 이상 고수할 수 없게 되었기에 차선책으로 삼은 편안한 복장일 뿐이다. 결혼 이후로 클라우드는 집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옆에서는 티파가 무릎을 빌려주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클라우드가 멋대로 빌린 것이었지만. 그녀는 소파 깊숙히 몸을 맡긴 채 긴 다리를 곧게 뻗어 발받침대 위에 올려 두고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실은 이 발받침대는 원래 식사 용도로 구매한 식탁이었다. 그러나 1년 반 전 바하무트 습격의 여파로 한 쪽 다리가 부러졌고, 이후 클라우드가 고집을 부려 성근 실력으로 개수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리 길이가 맞지 않아 몇 번이고 잘라내어 높이를 맞춘 결과, 발받침대 정도로 밖에는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티파는 거의 누워있는 것과 비슷한 자세로 TV를 보고 있었다.

클라우드 시선은 TV보다는 주로 티파의 발가락을 향해 있었다. 그녀는 왼 발의 엄지와 검지 발가락을 벌려 그 사이에 요령 좋게 오른 발의 새끼 발가락을 꽂아 고정시키고 있었다. 클라우드에게 그것은 엄청나게 편해 보였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클라우드는 자신도 따라해볼 요량으로 발가락을 벌려 보았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발가락을 앞 뒤로는 움직일 수 있지만 좌 우로 벌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하는 이미지대로 즉시 전투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클라우드는 자신이 아직 육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편함으로의 길은 끝이 없고 요원하다.

클라우드의 시선을 느낀 티파가 장난스럽게 발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티파의 발가락은 서로 다른 의지를 가진 것 처럼 전방위로 움직였다. 클라우드는 마치 빨려드는 것처럼 티파의 발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느낀 티파가 발가락을 멈추었을 때 그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클라우드의 상념이 제멋대로 확장되려는 때에 현관에 인기척이 있었다. 둔중하고 느릿한 발걸음. 클라우드가 잘 알고 있는 묵직한 생명력.

"아, 바렛트가 왔나보네. 진짜 오래간만이야."

과연 티파도 바로 알아챘다. 티파의 기감은 첨예했다. 가끔은 클라우드조차 놀랄 정도로 예민한 감각을 보이곤 했다. 역시 단련된 무술가이기 때문일까.

이윽고 바렛트가 거실에 들어섰다. "어서와!" 티파의 응대에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바렛트가 클라우드 옆 쪽에 따로 놓여있는 소파에 몸을 실었다. 바렛트 전용으로 준비된 2인용 소파였다. 작년보다 몸이 더 불어난 바렛트를 지탱하는 소파가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삐걱이는 소파 위에서 오래간만에 느끼는 집의 포근함에 바렛트가 목을 뒤로 젖히고 폭풍같은 한 숨을 내쉬었다.

"마린은?"

"덴젤과 함께 시내에."

"이 시간에!?"

"아직 해도 안떨어졌거든."

바렛트의 목이 용수철처럼 튕겨 올라오는 모습에 티파가 쓴 웃음을 지었다. 변함없는 과보호. 끝이 보이지 않는 딸사랑.

"덴젤! 그 놈이 꼬여낸 게 틀림없어!"

뭐, 틀리진 않았지만. 이제 그만 덴젤에게 질투하는 일은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지만 역효과가 날 뿐이다. 티파는 클라우드의 머리를 살짝 내려놓고 일어서서 기지개를 켰다. 특정 부위가 강조되는 동작에 클라우드가 헛숨을 들이켰다. 다른 남자 앞에서는 하지 말라고, 그렇게나 주의를 줬건만. 클라우드가 째릿 눈 빛을 보냈지만 티파는 알아보지 못했는지 그저 태연했다. 정작 바렛트는 덴젤에게 던질 말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티파는 기지개를, 클라우드는 눈보신을 마쳤다.

"자, 나는 가게 준비하러 갈게."

"어, 그럼 나도."

"클라우드는 바렛트 이야기 상대나 하고 있어. 마실 거라도 좀 내놓고.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넵. 말씀대로."

"좋아."

티파가 온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클라우드에게 입을 맞췄다.

"오늘 그렇게 바쁜 날은 아니니까 천천히 와."

티파가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갈 무렵 클라우드가 쟁반을 들고 돌아왔다. 초코보 얼굴이 커다랗게 그려진 쟁반 위에는 유리컵이 두 개. 그 안에는 무색 투명한 액체가 담겨 있었다. 바렛트는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겨우 물이나 내오려고 그 부산을 떨었냐."

바렛트가 물컵을 단숨에 비우며 투덜거렸다. 클라우드가 잔을 돌려 받으며 한 숨을 내쉬었다.

"그걸 그렇게 한 번에 들이키다니. 뭘 대접해도 의미가 없군."

"뭐? 어라."

바렛트는 그제야 입안에 퍼지는 향기를 눈치챘다. 바렛트는 혀끝에 남아있는 희미하지만 고상한 단 맛도, 아련한 알콜도, 상쾌한 여운도 확실히 잡아냈다. 바렛트는 평생 미식을 해본 일이 없었다. 음식을 연료로 생각해 왔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 바렛트는 격렬한 미식 욕구를 느끼고 있었다.

"뭐야, 이게? 엄청 신기한데?"

"...자."

"어? 이건 네 몫이잖냐?"

"그렇게 바라보면 줄 수 밖에 없잖아. 많아. 필요하면 더 가져다 주지."

"고맙구만. 이게 당췌 뭐가 뭔지."

바렛트는 입술끝으로 조금씩 음료를 입안으로 가져갔다. 단지 그것만으로 정신적인 포만감이 느껴졌다. 평소 바렛트는 사소한 것에 대해 묻는 것을 싫어하는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묻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뭐지 이게? 어디서 구한 거야?"

"만들었지."

바렛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가?"

클라우드가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됐고. 보고할 게 있을 텐데."

"크흠. 아, 그랬지."

바렛트가 옷 안 쪽에서 꼬깃꼬깃해진 종이 뭉치를 꺼내 보였다. 클라우드가 진지한 얼굴로 종이 뭉치- 가솔린 생산 공정표를 읽기 시작했다. 재작년 바렛트가 발견한 유전을 개발해 플랜트를 설립하고, 가솔린 시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지 3개월 째였다. 시운전을 마친 지금은 플랜트가 꽤 안정적으로 운전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랬다면 바렛트가 이 자리에 와 있지는 않을 터.

클라우드가 금새 문제점을 발견했다.

"아직 순조로워 보이지만, 지난 달에 비해 생산량이 1.8 퍼센트 줄었군. 설계 스펙은 간신히 맞추고 있지만, 가솔린의 순도 역시 떨어졌어."

바렛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증류탑에 문제가 있다는 것 까지는 알겠는데, 원인을 모르겠어."

클라우드가 다시 눈을 보고서 쪽으로 떨어뜨렸다.

"증류탑에 공급되는 스팀의 총량이 줄었군. 그에 반해 스팀 보일러는 한계까지 몰려 있고. ..흠. 역시 스팀 생산에 사용되는 물에 염분 함유량이 예상치보다 높아. 결과적으로 재생된 스팀에 섞여있는 잉여 염분이 보일러에 달라붙어 열전달 면적을 줄어들게 하는 거야. 그게 효율을 저하시키는 거지."

바렛트는 진지하게 클라우드의 분석을 경청했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클라우드는 흐름을 보는 안목이 탁월하다. 이제 곧 명쾌한 답을 보여주리라.

"스케일 인히비팅. 포스페이트 투입량을 평소보다 두 배로 늘려. 과투입된 포스페이트가 보일러에 들러붙은 염분을 제거하고 나면 제품의 순도는 둘 째치고 생산량은 돌아올거야."

"과연."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해. 아직 괜찮을 때 수처리 설비를 확충하도록 해. 추가 예상 비용은 삼천만길. 설비 안정화까지 반 년은 더 걸리겠지만, 수익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훌륭해, 바렛트. 이제 완공한 플랜트가 세 개나 되는군."

"하하하.. 이거 쑥스럽구만."

"올해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계획은?"

"월급의 천 퍼센트."

"타당해. 역시 노동자로 시작한 사장이야. 직원들의 사기도 올라갈테지. 훌륭한 감각이다."

이어지는 상찬에 바렛트는 그답지 않게 얼버무렸다.

"사실 말야, 네가 이렇게까지 도와줄 줄은 몰랐어.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 네가 없었으면 희생도 위험도 컸을거야. 고맙다."

클라우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내 수중에 신라 컴퍼니의 플랜트 설계 자료가 있었을 뿐이야. 난 그 흐름을 분석한 것에 지나지 않아. 맨 손으로 공장을 세운 건 너야."

"그것도 네 투자금이 있었으니 가능했던 일이지. 숨겨두고는 있지만 슬슬 감당이 안 돼. 배당금 말야. 티파는 네가 억만장자라는 걸 알아?"

클라우드가 희미하게 웃었다.

"아직 몰라. 하지만 어짜피 티파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 한결같지. 지금도 봐. 플랜트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는 네가 직접 상의하러 왔는데 일부러 자리를 피해줄 정도니까."

바렛트도 무겁게 동의했다.

"그래. 그 녀석 걱정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일도 없어."

바렛트가 한 층 더 진지한 눈으로 클라우드를 바라봤다.

"문제는 너야."

클라우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심드렁하게 대답했을 뿐이다.

"그렇군. 보통은 부하를 보냈을텐데, 어쩐 일로 발걸음을 하셨더라니."

이 자식이 걱정하는 줄도 모르고. 바렛트가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차분히 현상을 정리했다.

"지난 삼개월 동안 넌 노동자 회복용 촉매제로 매주 막대한 마황을 보내고 있어. 시운전 이후 가솔린 정제 과정에서 신경독 누출이 끊이질 않으니까, 네 마황을 매개로 재 때 치료하지 않았다면 벌써 사망자가 수십은 나왔을 테지. 고마운 일이야. 문제는 그 마황이 어디서 나오냐는 거다."

클라우드는 침묵했다. 바렛트의 설명이 이어진다.

"별의 힘을 빌려 모으고 있는 것도 아니야. 우리는 별을 지키기 위해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으니까. 그러니까 그건, 전부 네 체내에 있었던 마황이지?"

클라우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바렛트는 추리를 계속했다.

"나는 공장일을 계속 해왔어. 코렐 탄광에서도 미래에 대한 꿈을 꾸며 플랜트 공부를 했다고. 가장 먼저 배운게 이거야. 들어가는 게 없으면 나오는 것도 없어.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물론 마황에 질량은 없어. 하지만 마찬가지야. 요는 공짜로 생기는 에너지가 아니라는 거지. 마황을 뽑아 먹힌 별은 말라 죽어가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 그렇다면 너는? 왜 그렇게까지 직원들을 위해 희생하는 거야?"

바렛트의 설명은 설득으로 바뀌어 갔다.

"마테리아는 신라 놈들이 만들던 마황로와는 달라. 별의 마황을 뽑아내는 게 아니라고. 단지 별의 지식과 시전자의 정신을 이어줄 뿐이지. 회복에 사용하는 드라이빙 포스는 시전자의 마력이다. 별의 마황은 건드리지 않아, 하물며 네 마황 따윈 필요없어. 클라우드. 차라리 마테리아를 쓰자. 효율 좋은 회복 마테리아는 썩어 넘칠 정도로 많아. 이게 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거야."

"하하하하하하하."

클라우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얼버무리거나 속이기 위한 웃음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괜찮냐. 정말 괜찮은 거냐, 클라우드. 바렛트는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클라우드는 가까스로 웃음을 멈추고 농담을 던졌다.

"바렛트가 드라이빙 포스같은 어려운 단어를 쓰다니."

"클라우드. 난 지금 진지하다."

"바렛트. 난 별로 별이나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 있는 게 아니야. 알고 있잖아? 난 영웅 따위가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로 넌 정상이 아니잖냐. 직접 보니 알겠어. 쇠약해졌다고. 집에 있을 때에는 항상 방금처럼 축 늘어져 있겠지. 지금 몸 상태는 티파에게도 제대로 이야기하지도 않았을 거야. 내 말이 틀려?"

클라우드가 처음으로 긍정했다.

"지금은. 하지만 때가 되면 말할 거야. 난 단지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을 뿐이야. 확인하고 나면 다 끝나. 별로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바렛트는 클라우드를 노려봤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말했다.

"마테리아는 포기한다. 역시 방침에 안 맞아. 대신 안전 장치와 의료 시설을 확충하겠다. 네 마황은 이제 안 받아."

클라우드가 눈썹을 찌뿌렸다.

"바렛트, 대주주로써 그 발언은 그냥 넘길 수 없겠는데. 매년 억단위의 돈이 들어갈거야. 내 마황이 가장 확실한 답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지."

그러자 바렛트가 눈을 부라렸다. 곧 용의 멱을 따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클라우드!"

클라우드가 양손을 들어 항복을 표시했다.

"알았어, 알았어. 무슨 말을 못 하겠군."

그거 이리 내놔. 클라우드는 바렛트가 마시던 잔을 빼앗아 입으로 옮겼다. 그걸 심통이라고 부리고 있는 걸까. 바렛트는 생사고락을 함께 하던 전우를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봤다. 모두 다 함께 별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클라우드가 없었다면 결코 이룩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자신도, 클라우드에게 몇 번이나 목숨을 빚졌던가.

클라우드가 왜 아직도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는지 바렛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평화로운 세상이 됐다. 이제 가정도 생겼다. 좀 더 편하게 살아도 아무런 문제도 없을 터이다.

바렛트가 침중하게 입을 열었다.

"클라우드."

클라우드가 뾰족하게 대꾸했다.

"왜? 이건 이제 안 줘."

그러나 바렛트는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씹어 뱉듯이 말했다.

"티파는... 절대로 울리지 마라."

"..."

낯 간지러운 이야기는 할 줄 모르는 바렛트에게는 이 정도가 한계였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그 속에 숨어있는 진의를 놓칠 만큼 바렛트를 모르고 있지 않았다. 클라우드는 한 번에 남아있는 잔을 비웠다. 마치 바렛트처럼.

"절대로."

클라우드의 결연한 표정을 보고 나서야, 바렛트는 겨우 조금 마음을 놓는 것이었다.

.

클라우드는 평소와 같이 새벽에 일어나 집 근처의 폐허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티파는 구석의 벤치에 앉아 그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티파가 길게 하품했다. 티파가 이 시간에 깨어있는 것은 꽤 오래간 만이다.

바렛트가 플랜트로 돌아간 뒤 일주일이 흘렀다.

그는 돌아가기 전 마린을 한 참 동안이나 껴안고 있었다. 그리고 마린은 전혀 거부하지 않고 바렛트를 마주 안아 주었고, 기어코 바렛트를 눈물 짓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행복한 녀석이다. 탄광의 억쎈 환경도 어쩌지 못한 단단한 사람이 딸바보가 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슬슬 나도 힘내볼까.

그리고 클라우드는 공터를 종횡무진하며 탈진할 때까지 검을 휘둘렀다. 곧 티파가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티파가 몇 번이나 말을 걸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파공음에 흩어졌다. 클라우드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하지만 그 표정에 불순물이 섞여 있는 것을, 티파가 놓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결심.

그녀가 일어섰다.

그리고 한껏 투기를 방출.

클라우드의 동작이 멈췄다. 심상치 않은 기세에, 클라우드는 고개를 돌려 티파를 바라보았다.

"...티파?"

클라우드의 동공이 커졌다. 티파가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착용하고 있었다.

"클라우드. 승부야."

"뭐?"

티파가 투기를 온몸에 잔뜩 두른 채로 대담하게 웃었다.

한기.

클라우드의 등에 온통 소름이 돋았다.

"진 사람은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땅을 차는 폭발음과 함께 티파가 사라졌다. 잠깐, 난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 클라우드는 그 짧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완전히 억지로, 승부는 성립됐다. 이어지는 내기까지.

"...!"

클라우드가 몸을 틀며 방어적으로 검을 넓게 세웠다.

굉음.

그리고 경악.

'이건...!'

파이널 헤븐!

초격부터, 이런 절기를 아끼지 않을 줄이야!

심지어 티파의 첫 번째 공격 목표는, 클라우드가 아니었던 것이다. 클라우드는 자신이 완전히 허를 찔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 치명적인 공격에 클라우드는 그만 검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모자라 그 무거운 검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림잡아도 수백 미터는 날아갔으리라. 짓쳐 들어오는 티파를 견제하면서 검을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 이대로 티파를 상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는 맨손 전투의 스페셜리스트다.

클라우드의 얼굴에서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클라우드의 절망적인 예상대로, 그 이후는 티파의 독무대였다. 각종 페인트와 대인 격투 기교에 섞여서 명치나 관자놀이, 턱이며 목에 들어오는 무시무시한 연속 공격을 클라우드는 진땀을 흘리며 받아내야 했다. 즉석에서 티파의 동작을 흉내내 혼신의 발차기로 반격해 봤지만 티파는 이것을 상체를 유연하게 뒤로 젖혀 가볍게 회피. 오히려 기세를 올려 공격을 이어갔다. 아무리 버텨내도 티파의 공세는 전혀 사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클라우드는 복부, 명치, 인중, 왼쪽과 오른쪽 관자놀이를 보디 블로우, 장타, 팔꿈치, 백너클에 이은 돌려차기에 차례로 얻어맞고 성대하게 공중 제비를 돌며 고꾸라졌다. 마지막 발차기는 가까스로 막아냈지만 티파의 각력은 클라우드를 가드 째로 두 바퀴나 회전시켰다. 클라우드가 아니었다면 방금 연격으로 다섯 번은 죽었을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방향으로 땅바닥에 쳐박힌 클라우드를 내려다보며, 티파가 자세를 풀지 않은 채로 물었다.

"설 수 있겠어?"

클라우드가 가까스로 대답했다.

"아니."

티파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내가 이긴 거다? 딴 말 하기 없기?"

클라우드가 쓴 웃음을 지으며 티파의 손을 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상대가 상대야. 부끄러운 일도 아니지."

"솔직해서 좋아."

클라우드는 마황을 순환시켜 상처를 수복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회복이 더뎠다. 마황을 한계까지 적출하고 탈진할 때까지 검을 휘두른 데다가 그 상태에서 티파와 전력을 다해 겨뤘다. 몸이 정상이 아닌 것도 당연하다.

"어때? 몸 상태가 만전이었다면 이길 수 있었을 것 같아?"

클라우드가 속마음을 들킨 것 처럼 움찔했다. 공방을 냉정하게 되짚어 본다. 부정. 장담할 수 없다. 티파는 전력을 다하지 않은 데다가, 여력도 한참 남아있다. 그녀의 호흡은 조금도 흐뜨러지지 않았다.

티파가 이렇게까지 강했던가.

아니면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건가.

클라우드는 알 수 없었다.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잘 고민해 봐,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애초에 클라우드는 생각이 너무 많아. 정말 요령이 없다니까."

티파는 그 이후로도 이것저것 촌평을 내렸으나, 클라우드는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평을 마친 티파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무튼 들어주는 거다? 내 소원."

하지만 그 말은 마법처럼 클라우드를 제 정신으로 돌려놨다. 클라우드의 침이 목젖을 울리며 넘어갔다. 예감이 좋지 않다.

"클라우드는 이제부터 내가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줘야 겠어."

그리고 티파의 제안을 듣게 된 클라우드의 동공이 고양이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축소되었다. 가열찬 시련이 찾아왔다. 무심코 제노바 세포가 반응할 정도로.

"괜찮아 괜찮아. 못할 것 같았으면 시키지도 않아! 당신은 나만 믿고 따라오면 된답니다."

티파가 하얗게 웃었다.

"오늘부터 검은 잡지 마. 기한은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어짜피 당분간은 그럴 시간도 없을테지만."

클라우드는 힘없이 땅에 드러누웠다. 날아가버린 검을 찾으러 가야 하는데, 그럴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

결정되고 나서는 일사천리였다.

클라우드는 전혀 내키지 않았지만 티파가 강제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클라우드는 가끔 만능약을 들이킨 얼굴을 하긴 했지만 결국 무시무시한 추진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선 시드를 세븐스 헤븐으로 초빙.

비공정 시에라호를 건조하면서 남은 기기 메인터넌스 룸 모듈을 입수. 크기가 의외로 크고 티타늄 합금의 견고한 내구성을 지니고 있어 안정성은 보장되어 있다. 다만 시드에게는 프로젝트의 개요를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시드는 허파를 토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폭소했다. 클라우드가 건넨 시제품을 받으며 겨우 진정한 시드는 통크게도 룸 모듈을 재료 가격만 받고 넘겨줬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연장자. 쏠 때는 쏘는 구나. 시드가 알기 힘든 눈 빛도 함께 쐈지만 클라우드는 잘 알아채지 못했다.

다음으로는 리브를 소환.

리브에게서는 미드갈에서 잘 나가는 인테리어 업체를 알선받았다. 시제품을 받은 리브는 세븐스 헤븐을 떠날 때 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오히려 인정하고 싶지 않군요." 라고, 알듯 말듯한 코멘트를 남겼다.

소개받은 인테리어 업체 직원들이 건물 외장에도 조예가 있다기에, 문외한인 클라우드는 업체에 모든 것을 맡겼다. 건물 외벽에 따스한 느낌의 목재로 덧대고 새하얗게 도색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클라우드는 작업 이미지를 위해 참조하라며 시제품을 선물했다. 직원들은 선하고 착실한 사람들이어서 클라우드는 깊은 신뢰감을 느꼈다. 심지어 그들은 물도 제대로 마시지 않고 일했다. 탈수현상을 우려하는 클라우드에게 티파는 그들이 여운을 씻어내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라고 설명해 줬다.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다. 클라우드는 자신의 소통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통감했다. 그리고 곧 그 사실조차 잊어 버렸다. 눈이 핑핑 돌아갈 만큼 신경쓸 것이 많았다. 가게 이름을 지어주겠다는 인테리어 매니저에게 알아서 하라는 대답이 나올만큼.

인테리어 매니저는 다음 날 바로 간판을 가져 왔다. 이것 이외에는 없다는 표정이 매우 의기양양했다.

마스터 스위츠.

그 미묘한 네이밍에 클라우드는 그만 머리를 감싸쥐고 말았다. 그러나 매니저는 클라우드의 반응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 거릴 뿐이었다. 클라우드의 케익을 맛 본 매니저로써는 앞에 그랜드를 붙여야할지 말아야할지 밤새 고민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입장 차이를 목격한 티파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배를 쥐고 자지러지며 클라우드의 등을 팡팡 때렸다.

우여곡절 끝에 케익 전문점, 마스터 스위츠의 개장일이 다가왔다. 그러나 손님을 끄는 법을 전혀 모르는 클라우드는 개장 첫 날 이벤트에 대해 전혀 고려해 두지 못했다. 의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것은 경험의 영역이다.

"알았어, 클라우드. 내일까지만 내 말대로 해. 다음 날 부턴 아무 간섭도 하지 않을 테니까."

역시 날 위기에서 구하는 것은 티파 뿐이다. 이벤트 내용을 확인한 클라우드는 티파의 말대로 간단한 재료 준비를 마친 다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을 떨치지 못한 클라우드는 평소처럼 잠들지 못하 고 뒤척였고, 그 모습에 티파가 끓어올랐다. 곧 클라우드는 시체처럼 골아떨어졌다.

다음날 정오. 화창하고 선선한 최고의 날씨. 클라우드는 새하얀 셰프 복장을 착용하고 마스터 스위츠 앞에 설치한 가판대에 서 있었다. 왼쪽 가슴엔 금 빛으로 빛나는 마스터 스위츠의 엠블렘. 그 앞에는 무작위로 만든 한 입 사이즈 케이크가 가득. 수량 200개. 새벽에 함께 일어난 티파의 지휘하에 일사분란하게 제작했다. 오늘 하루는 무료 시식 이벤트였다.

이걸로 정말 괜찮은 걸까?

꽤 시간이 흘렀지만 손님은 없었다. 클라우드는 약간 초조해졌다. 마스터 스위츠는 구석에 있었고 잘 눈에 띄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클라우드가 이대로 끝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 쯤 첫 번 째 손님이 찾아왔다. 여성. 묘령. 클라우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살짝 시선을 피했지만, 그대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첫 손님은 야외 가판대에 진열된 케익을 보고 숨을 들이켰다. 어지간히 케익을 좋아하는 구나 싶었다. 사실 그녀는 클라우드를 힐끔 힐끔 훔쳐 보고 있었을 뿐이지만, 클라우드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티파가 아닌 여성인 경우라면 살기가 아니고서야 클라우드를 돌려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클라우드의 두뇌는 느릿느릿하게 손님 접대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티파의 마지막 당부가 생각났다.

'손님을 나라고 생각하는 건 어려울 테니까... 그래. 마린이나 덴젤이라고 생각하고 대해봐. 응. 이거면 됐어.'

그래. 여성이니까, 마린이군.

클라우드가 중저음으로, 그러나 살갑게 손님을 맞이했다.

"마스터 스위츠입니다. 오늘은 개장 기념으로 무료 시식회를 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것으로 드셔 주십시오."

손님이 침을 삼키는 소리를 냈다.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았다. 정말로 케익을 좋아하는구나.

"그럼 이쪽의... 초코 무스를 먹을 게요."

손님이 조심조심 초코 무스를 집어 입에 넣었다.

경직.

그녀는 더이상 클라우드를 힐끔 거리지 않았다. 더 이상 초코 무스를 들고 있지 않은 자신의 손을 뚫어져라 바라 보고 있었다. 조만간 숨을 쉬는 것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그러나 클라우드는 그런 손님의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왜 그러는지 분석할 수도 없었다.

'맛이 그렇게 심각한가?'

클라우드는 첫 손님의 반응을 듣고 싶었지만 손님께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클라우드가 물었다. 목소리에 약간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손님. 입에 안맞으시다면."

"네!? 아니요, 아니에요!!"

손님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입을 막았다. 그야 케익을 만든 당사자를 앞에 두고 차마 맛이 없다는 이야기는 못할 것이다. 클라우드는 자신의 질문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난 정말 서툴구나.

"아마 이 쪽은 좀 나을 겁니다, 손님."

미안한 마음에 클라우드가 직접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생크림 케익을 집어들었다. 오늘 아침 마린도 이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었으니까. 가족의 의견이니 당연히 가려 들어야 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까지 나쁘지는 않으리라.

손님의 반응은 꽤 희극적이었다.

"네? 하, 하하하하나 더 먹어도 돼요!?!?!?"

아, 이런. 저런 반응이라면 먹기 부담스러운데 억지로 권한 꼴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클라우드가 겸언쩍게 웃었다.

"아, 물론 손님께서 원하지 않으신"

"주주주주주세요!"

손님이 케익을 냉큼 낚아챘다. 그리고 스스로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더니, 부끄러워 졌는지 얼굴을 가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종종 걸음으로 멀어져갔다.

어쨌든 먹어는 주겠다는 건가.

"하하... 정말..."

케익을 좋아하는, 착한 사람이구나.

클라우드는 왠지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보아하니 오늘은 이대로 접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지만, 첫 날이니까 너무 고민하지 말자. 만들어둔 것은 아깝지만, 티파라면 열심히 먹어주지 않을까. 아무래도 200개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많이 남으면 세븐스 헤븐 손님에게 나눠 줘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럼 이제 더 올 사람도 없는 것 같고... 응?"

첫 손님이 돌아갔구나 싶었는데 어느 새 사람들이 까맣게 몰려 있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방금 재미있는 콩트를 봐서 흥미가 생겼다거나. 어쨌든 운이 좋았다. 클라우드가 다시 접객을 시작했다.

"네, 마스터 스위츠입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와 시식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무료 시식회의 모양새를 띄기 시작하자 클라우드는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티파가 생각해 준 이벤트인데, 그녀가 실망할 만한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 케익의 맛에 대해 평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조용히 케익맛을 감평하는 것 같았다. 케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점잖고 조용한 것이겠지.

클라우드가 들었던 평이라곤 우락 부락한 근육질 남자가 내뱉은 욕지거리 뿐이었다. 남자는 클라우드의 얼굴과 케익을 번걸아 쏘아보다니 격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니 씨발 이게 뭐야! 사기잖아!"

부탁입니다 손님. 저에게 평을 주세요. 하지만 저 야만스런 놈은 케익을 좋아하는 게 아닐 것 같았다. 아니, 절대로 그럴 리가 없었다.

아무튼 클라우드가 그 날 케익의 맛에 대한 제대로 된 평을 받는 일은 없었다. 케익은 금새 동이 났지만 공짜 였던 탓일 것이다. 클라우드는 썩 개운치 못한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 온 꼬마가 첫 손님이 두 개를 먹었다고 폭로해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오는 손님들은 경쟁적으로 케익을 두 개씩 집어들었다. 덕분에 홍보의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버프의 효과는 전투 건 일상이건 절대적이라는 걸 피부로 느끼면서, 클라우드는 주섬주섬 가판대를 접었다. 그래도 전부 배포는 했으니, 오늘은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첫 날의 목표는 완수한 셈이다.

클라우드는 접객의 어려움을 톡톡히 느꼈다. 손님들이 자신의 홍보 멘트는 들었는지 안들었는지 조차 알기 힘들었다. 접객을 몇 년 동안이나 불평 한 번 없이 수행해왔던 티파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너무 많은 사람을 접대한 탓인지 오늘은 정신적으로 꽤 지쳐 버렸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제대로 돈을 받을 테니, 오늘처럼 정신없지는 않을 것이다. 손님이 이렇게 몰려 드는 일은 일단 없을테니까. 좀 한가한 하루를 보낼 수 있으려나. 손님이 없으면 가게 뒷 편 공터에서 티파 몰래 검이나 휘두르자. 그게 좋겠다. 이 초조함을 없애려면 단련 밖에는 없으니꺼. 가게 주인으로써 있을 수 없는 기대를 은근히 떠올리며 클라우드가 터덜터덜 귀가했다. 티파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환한 미소로 클라우드를 맞이해 주었다. 결과가 어땠는지 궁금하지 않는 거냐고 묻자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무튼 오늘 클라우드에게는 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클라우드는 또다시 스스로의 근거없는 낙관론에 배신당했다. 늘 있는 일이었다. 인생은 언제나 클라우드에게 체념을 가르치곤 했다.

결국 사흘도 지나지 않아 다시 시드가 초빙되었다.

시드는 아내에게 선물할 케익을 종류 별로 일곱개를 전달받고, 즉석에서 대기 번호표 생성기를 만들어 주었다. 케익을 들고 돌아가는 시드의 입에 시거는 물려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