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nameless7777 2017. 5. 18. 21:55
클라우드는 묵묵히 사내를 따라 걷고 있었다.

클라우드는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휘몰아치는 마황. 구석구석 느껴지는 제노바 세포. 그는 솔져다. 그것도 클래스 퍼스트. 지금 루퍼스 컴퍼니에 남아있는 어중이 떠중이와는 다르다. 베테랑. 진짜배기 병사다.

"이 쯤이면 되겠지."

사내가 참으로 느긋했다. 해는 이미 떨어졌다. 천천히 걷던 그가 멈춘 것은 가게를 나선 이후 시간이 꽤 지난 뒤였다. 클라우드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엣지의 외곽.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다. 앞으로 한 발짝만 더 나서면 미드갈 에리어에서 벗어날테지.

"자세를 잡아라."

슬슬 티파가 행동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더 이상 조심할 필요는 없다. 클라우드가 조금 도발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런 곳까지 끌고 와서, 무슨 짓을 할 셈이지?"

"말했을 것이다. 이것은 단죄다."

"단죄라."

"이게 마지막이다. 자세를 잡아. 주먹질은 할 수 있겠지."

"당신 참 정정당당하군. 내 정보를 열람했다면 내 적성이 검이라는 걸 알텐데."

"테러리스트 주제에 바라는 것도 많군."

클라우드가 코웃음을 쳤다.

"당신도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아."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사내가 소리도 없이 움직였다. 초인적인 가속. 그 거구가 땅을 스치듯 이동. 클라우드가 자세를 잡기도 전에 그 복부에 둔중한 타격이 전해졌다. 무릎 차기다. 무시무시한 충격량에 갈비뼈가 부서지기 전에 클라우드의 몸이 앞으로 꺾여 떠올랐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인 클라우드의 턱에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작렬.

클라우드는 날아가고, 땅에 튕겨 올라가고, 몇 바퀴나 바닥을 구른 후 폐허에 쳐박혔다. 마른 먼지가 자욱하게 솟아 올랐다. 사내는 천천히 클라우드가 파묻혀 있는 돌무더기에 다가갔다.

"일어서라."

사내가 뇌까렸다. 그 말에 부응하듯, 돌무더기가 살짝 움직였다.

이윽고 클라우드가 상체를 일으켰다. 그는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쓴 라이더 수트를 털면서 모래 섞인 침을 뱉어냈다. 사내의 눈에 흥미가 솟아났다. 타액에는 피 한 방울 섞여 있지 않다. 뼈도 내장도 무사한 모양이다.

"단단해. 과연 솔져를 사칭할 정도는 되는군."

클라우드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일어설 수는 없으리라. 내구력과는 상관이 없다. 턱을 그런 식으로 가격당했으니 뇌가 흔들리고 있을 터. 사내는 팔짱을 끼고 클라우드가 일어설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굳이 일어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클라우드가 앉은 자세 그대로 물었다.

"왜 굳이 이곳까지 온 거지? 당신 말대로, 테러리스트를 단죄하겠다면 그 가게와 함께 나를 날려버리면 끝날 일이다. 그럴 수 있었을 텐데. 저 인형 병기들을 사용한다면 말이지."

클라우드의 어조는 평온했다. 사내는 어깨를 으쓱였다. 뇌진탕이라니 당치도 않다. 전혀 충격을 받지 않았다. 저 아발란치의 돌격대장은 과연 만만치 않은 전사인 것이다.

"네가 소문대로의 상대라면 그 정도로 끝날리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그곳에서 싸우면 주위에 피해가 갔을테지. 그리고 뒤에 있는 것들은 신경쓰지 마라. 단순히 참관인이라고 생각하도록."

클라우드가 어이없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짜고짜 주먹질이나 하는 주제에, 의외로 멀쩡한 이야길 하는데. 내가 아니었다면 죽었을거다."

"죽지 않을 줄 알고 한거다. 게다가 설사 그렇다 해도 달리 남길 말은 없을 터."

"남길 말 정도는 있어. 가족이 있거든."

"알고 있다. 하지만 네가 죽인 사람들에게도 가족이 있었다. 부정하지는 못하겠지."

클라우드가 고개를 숙였다.

아발란치에 고용된 이후 첫 번째 미션에서, 그가 직접 조작한 폭탄은 계산 이상의 대폭발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죄없는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하지만 이를 의도한 것도, 실수한 것도 실은 클라우드가 아니다. 그는 권총의 트리거 였을 뿐이다. 리더의 감시 아래 폭파 버튼을 눌렀을 뿐이다. 게다가, 죄값이라 하기에는 부족하고 어폐가 있겠지만, 폭파 미션을 함께 했던 아발란치의 멤버들은 바렛트와 티파를 제외하고 전부 죽었다.

알고 있다.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바렛트에게는- 절대로 그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바렛트는 폭탄 테러를 결정하기까지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를 비난할 수 없다. 내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티파는.

티파는-

클라우드는 이미 결심했다.

절망의 무저갱에서 자신을 꺼내준 그녀를 위해. 가장 무력할 때 아무런 조건도 없이 자신과 함께 해줬던 그녀를 위해. 기약없이 자신을 기다려준 그녀를 위해. 클라우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보다 강하다. 하지만 약하다. 그녀가 죄책감 때문에 불이 꺼진 어두운 복도를 두려워 하는 것을 클라우드는 잘 알고 있다.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녀는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그럴 때 이젠 괜찮다는 위로를 듣기 싫어하는 것도 아플 정도로 알고 있다. 괜찮지 않으니까. 괜찮을 리 없으니까. 속죄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다.

클라우드는 그저, 티파 곁에서 함께 살아갈 뿐이다. 그걸 위해 클라우드는 어떤 일이든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히려 바라던 바다. 그녀의 몫까지, 얼마든지 속죄할 것이다. 설사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별의 적을 상대로 언제까지고 싸워나갈 것이다. 죽어간 사람들의 천만배라도, 가령 일억배라도 구해낼 것이다. 그 누구도 티파의 마음 한 귀퉁이조차 상처주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 그렇고 말고.

하지만, 그저 바보처럼 당하며 살 생각은 없다.

지금 이 상황.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오늘날 아발란치가 단순한 테러 조직으로 평가받는 일은 없다. 아발란치의 역사에는 우여곡절이라는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파란만장한 영웅담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동료를 지킨다. 결정사항이다. 하지만 그 전에 다시 한 번 이 사내의 동기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클라우드가 고개를 들었다.

"다시 한 번 묻지. 내 이야기. 어디까지 알고 있지?"

사내는 클라우드의 질문을 질문으로 답했다.

"네 죄를 네가 모른다고 말할텐가?"

클라우드는 사내가 자신의 질문을 받아주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클라우드는 순순히 인정했다.

"알아. 나와 내 동료들의 실수로 1번 마황로가 계산 이상의 폭발을 일으켰고,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다. 변명하지 않아."

"묘한 말을 하는군.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마라. 네 놈들의 폭발 테러는 그것 뿐만이 아닐텐데."

역시 이 자는 사실을 전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혹시 이를 바로 잡을 수만 있다면, 이 사태는 생각보다 쉽게 진정될 수 있다.

"다른 것은 우리가 한 게 아니야. 5번 마황로와 7번 슬럼가의 폭탄 테러를 저지른 것은 프레지던트 신라다. 우릴 사냥하기 위해서 였지. 1번 마황로 사건을 앞세워 모든 것을 테러리스트에게 덮어씌울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였던 셈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남자였지."

클라우드는 조용조용히 답했다. 그 단호한 어조에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는 쉬이 반박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눈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인정할 수도 없는 이야기다. 게다가 방심해서는 안된다. 놈은 잔학무도한 테러리스트니까.

사내가 짧게 물었다.

"증거는?"

"증거라면 차고도 넘치지. 교양서적에도 슬슬 인용되고 있으니까. 뭣하면 프레지던트 신라의 아들에게라도 직접 물어보면 어떤가."

"아들?"

"당신은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군."

클라우드의 목소리에 피로가 묻어났다. 이 사내는 현대사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저 근육질의 육체. 책을 읽을 것 같은 타입은 아니다.

거기꺼지 생각이 미친 클라우드의 뇌리에 문득 시드가 떠올랐다. 담배를 피우고 싶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차마 클라우드에게 손을 들 수 없는 티파가 결국 시드를 대신 두들겨 팰 테니까. 시드는 튼튼하므로 죽지는 않더라도 수명이 대폭 깎일 것이다.

"오늘 일은 잊겠다. 오늘은 돌아가라. 난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을테니까, 제대로 조사하고 오도록. 다만 표적은 나로 끝내줬으면 좋겠군. 다른 사람들은 괴롭히지 말고."

이 사내는 어쨌든 가게의 손님들에게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마스터 오브 스위츠도 그대로 놔뒀다. 루퍼스 신라를 소개시켜주면 오해도 풀릴 것이다.

그렇다. 클라우드가 조금 참으면 끝날 일이다.

한가지, 계속해서 마음에 남는 일만 확인할 수 있다면. 클라우드는 정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작정이었다.

"다만."

"뭐지?"

"당신에게 그 정보를 준 사람은 누구지? 저 인형 병기는 누구에게 받았지?"

루퍼스 신라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똑같았다. 그는 결코 클라우드를 배신하지 않는다. 이 쪽에는 그 어떤 철통같은 경비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닌자 마스터가 있으니까. 루퍼스 신라는 목도 심장도 하나 뿐이다.

이 사내 또한 루퍼스 신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다. 다른 흑막이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그것도 루퍼스 컴퍼니의 최신예 병기를 유용할 수 있을 정도의 흑막이다.

클라우드가 판단하기에, 눈 앞의 거대한 사내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지능이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 이용하려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겠지.

실로 그랬다.

이 사내는 정말로 어리석었다.

"의뢰주의 정보를 팔라는 말인가. 어림없는 이야기다."

클라우드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사내는 생각보다 훨씬 우직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리고 네가 인정했던 것처럼, 네가 1번 마황로를 폭파했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장차 무슨 일이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지. 나는 의뢰주를 지켜야만 한다. 그러니 너에게 대답할 수 없다."

클라우드가 고개를 숙였다. 급성 편두통이 시작된 것 같았다.

"감히 죄를 씻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네 말처럼 내가 아직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 같군. 그러니 철저하게 조사하겠다. 다시 돌아오겠다. 그 땐 너도 네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어서 클라우드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올곧은 사내다. 두통이 느껴질 정도로.

"가겠다. 기다리도록."

클라우드가 손사래를 쳤다.

"알았다. 얼른 가라. 피곤하군."

상황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채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클라우드의 턱 근처에 남아있는 희미한 주먹 자국만이 오늘의 사태를 증명하는 듯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클라우드가 전부 내려놓기로 마음 먹은 그 때였다.

"누구 마음대로."

그녀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누구 마음대로 어딜 가겠다는 거야."

검은 생머리에 타오르는 것 같은 붉은 눈동자. 급히 달려왔는지 볼은 발그레 붉힌 채 살짝 숨을 헐떡이고 있는 그녀는 그저 아름다웠다.

티파는 거짓말처럼 클라우드의 피로를 앗아갔고 생기를 북돋웠다.

"티파."

클라우드의 그 목소리에, 짜증이나 분노는 한조각도 실려 있지 않았다. 티파가 클라우드를 돌아봤다. 흔들리는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았다. 이럴 때까지 괜히 아름다운 그녀가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사람이 클라우드를 괴롭혔어?"

클라우드는 조금 망설였다. 이제 거의 다 끝난 일이다. 티파에게 괜한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속에 울컥이는 무엇인가가 꿈틀거렸다. 무엇보다 이렇게 된 티파에게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다.

"응. 혼내줘."

사내의 입이 부지불식간에 조금 벌어졌다. 지금 이 대화는 대체 뭐지? 이 오한은 어디서 온거지? 사내는 근엄한 표정을 간신히 유지할 수 있었다. 거쳐온 수라장이 하나만 부족했더라도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으리라.

사내가 간신히 티파를 알아봤다.

"붉은 눈. 티파 록하트. 아발란치의 잔당인가."

티파의 눈썹이 조금 꿈틀거렸다.

방금 저 자가 아발란치라고 했다. 티파는 그것 만으로 상황을 민감하게 눈치챘다. 어차피 아발란치의 마황로 폭파 활동을 빌미로 클라우드를 압박했겠지.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었으니까.

티파는 분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웃기지 마.

"웃기지 마!"

티파를 중심으로 바람이 휘몰아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 기세는 사내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클라우드는 그 미션에서 중요한 일은 무엇 하나 하지 않았어. 아발란치 일이라면 나나 바렛트를 찾아 왔어야지. 그리고."

클라우드가 티파의 등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잠자코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희들이 시작했잖아."

그렇다.

클라우드가 주먹을 꽉 쥐었다.

사내의 태도가 너무도 당당했기에 차마 말하지 못한 말이다. 하지만 적반하장에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티파가 천천히 한 발 내딪었다. 그리고 사내는 자신이 무심코 한 발 뒤로 물러섰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이 내가, 겁을 먹었다고?

"너희들이, 신라 컴퍼니가. 나의, 클라우드의 마을을 짓밟았잖아. 전부 죽였잖아."

그 붉은 눈동자에 분노가 가득찼다. 사내는 그 순수한 감정을 알아보고 숨을 삼켰다. 티파는 신라 컴퍼니의 만행을 짚어 나가면서 분노가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네가 그렇게 경멸하는 아발란치의 리더. 그의 마을도 너희들이 전멸시켰어. 그래. 아발란치는 그렇게 생겨났지."

신라 컴퍼니의 좋지 않은 소문들을, 사내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소문들의 많은 부분이 사실이라는 것도.

"한 눈에 알 수 있어. 당신은 솔져. 하늘에서 내려온 재앙. 제노바의 숙주. 그런 주제에 아발란치를 욕해? 감히, 신라 컴퍼니의 찌꺼기 주제에? 너희들의 오물을 치워준 우리들을?"

그렇게 입장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사내의 얼굴에 고통과 회한이 담겼다.

티파의 투기가 폭발했다.

사내는 할 말을 잃고 티파를 바라보았다. 발밑이, 미드갈이, 지구 그 자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 이 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위압감. 사내는 체내의 제노바 세포가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사내의 등이 식은 땀으로 축축해졌다. 티파의 분노와 그녀의 폭로를 경청한 그는 그제야 자
신이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클라우드가 보여준 인내를 이해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저 투기를 뚫고 사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혹 여기서 살아돌아간다면- 의뢰주의 미간에 딱밤이라도 먹여주리라.

할 말을 마친 티파는 호흡을 아랫배에 묶어두었다. 숨이 가라앉고 컨디션이 돌아온다. 이럴 때 일수록 그녀는 머리를 식혀둔다. 상대를 효과적으로 두들겨 패려면 흥분해서는 안된다. 존경하는 사부님의 가르침이다.

"잔간류 114대 계승자. 티파 S. 록하트. 당신도 이름을 대."

그녀가 일방적으로 승부를 가로챘다. 하지만 사내에게는 거부권이 없었다. 그 정도의 자각은 있다. 게다가 이것은 격투가의 정중한 일기토 요청이다. 사내는 이를 무시할 정도로 예의를 모르지는 않았다.

"솔져, 클래스 퍼스트. 안질 휴레이. 한 수 부탁한다."

.

"들었지? 티파가 사장 목은 아직 따지 말래."

"응? 그런 걸 신경쓰고 있었어? 알아 알아. 사장님은 약삭 빠르니까. 우릴 적으로 돌릴 리 없잖아. 난 우연히 근처에 있다가 그냥 확인차 온거야."

"칭찬 고맙군. 그럼 그 날붙이는 넣어주지 않겠나."

"얼래? 이게 무서웠어? 사장님 솔직한 구석이 다 있네?"

"허세가 통할 상대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겠네만."

"역시 사장님. 잘 알고 있잖아?"

"...사장. 목격 정보가 있었어. 해결사야. 사장이 우려한 대로 기어이 사고를 쳤어."

"흠. 티파에게 이 정보를 정리해서 전달하게."

"해결사? 클라우드? 클라우드가 사고 쳤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잠깐 조용히 해주게, 닌자 마스터"

"나도 알아듣게 설명 좀 해 달라고. 왜 난 차별하는데?"

"사안이 긴급하다네. 이해해주게, 미즈 발렌타인."

"아이참. 아직 식도 안올렸는데!"

"루퍼스!"

"...시즈.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저기요. 그 쪽으로 안던졌거든요. 갑자기 껴안고. 애칭으로 부르고. 어조도 바뀌고! 뜨겁기도 하셔라."

"너 정말!"

"옛날 같았으면 진즉에 마음이 꺾였겠지만. 이미 난 예전의 귀여운 유피가 아니거든. 나도 다 겪었거든."

"유피!"

"...시즈네. 이제 됐네. 서둘러 현장에 가도록 하지."

"후우. 괜찮겠어?"

"해결사에게 누가 프라우드 솔러스를 제공했는지 알아내야해. 짐작은 간다만... 어쨌든 내가 직접 가야 하네."

"프라우드 솔러스는 몇 기나 가져갈까?"

"필요없네. 닌자 마스터가 동행할테니."

"후훙."

"턱스 오브 턱스가 함께 할테지."

"난 덤이냐!"